지방 부동산의 두 얼굴
대구 18억·부산 29억 신고가인데
미분양 4만8000가구…지방 부동산의 두 얼굴
요즘 지방 부동산 시장을 보면 참 묘합니다.
한쪽에서는 대구 18억, 부산 29억 같은 신고가가 나오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억대 할인분양을 해도 미분양이 남아 있습니다.
“지방 집값이 오른다”라고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금 지방 부동산 시장은 전체가 같이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
좋은 곳으로 수요가 몰리고 나머지는 외면받는 양극화 시장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1. 대구·부산·대전 핵심지는 신고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범어W 85㎡**는 지난달 18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2월 거래가격이 13억25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6개월 만에 5억원이 올랐습니다.
부산도 비슷합니다.
해운대구 우동 **트럼프월드마린 187㎡**는 29억1000만원에 거래됐고,
남구 대연동 **더비치푸르지오써밋 59㎡**도 10억75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대전 둔산동에서는 한마루 92㎡가 10억원, 101㎡는 12억원에 거래됐습니다.
광주·전남권에서도 반도체 클러스터 등 개발 기대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방 전체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 같은 지방인데 한쪽은 신고가, 한쪽은 9000만원 할인
대구 달서구의 한 미분양 아파트는 기존 분양가보다 최대 9000만원 할인하고,
중도금 무이자와 발코니 확장 무상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분양 해소 속도가 더딥니다.
전남광주의 다른 아파트는 당초 분양가보다 1억3000만원 낮춰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가격을 이렇게 낮췄는데도 수요가 붙지 않는 겁니다.
이게 바로 지방 부동산의 현재 모습입니다.
같은 지방이라고 같은 시장이 아닙니다.
3. 지방 미분양은 아직 4만8758가구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합니다.
지난 7월 기준 지방 미분양은 4만8758가구.
이 가운데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2만4708가구에 달했습니다.
2024년 말 악성 미분양이 1만7229가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입니다.
더 문제는 주택사업 현장의 체감경기입니다.
9월 지방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77.9로 전월보다 11.2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서울이 상승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결국 지방 시장은
기존 핵심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고, 신규 공급이 필요한 지역은 미분양이 쌓이는
서로 다른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4. 왜 지방에서도 ‘똘똘한 한 채’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요의 선택과 집중입니다.
최근 수도권의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등이 강화되면서 투자자금이 예전처럼 서울 외 지역으로 쉽게 움직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에서도 아무 아파트나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가장 선호도가 높은 단지와 핵심 입지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구라면 수성구,
부산이라면 해운대·센텀 등,
대전이라면 둔산동처럼
지역 안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곳에 자금이 집중되는 겁니다.
결국 지방에서도 이제
“지방이냐 수도권이냐”보다 “그 지역에서 어디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5. 신고가가 나왔다고 주변까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투자자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대장주 아파트가 신고가를 기록했다고 해서
그 지역 전체 아파트 가격이 따라 올라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지방 시장에서는
대장주와 비대장주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금이 한정돼 있다면,
사람들은 가장 좋은 상품부터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방 부동산을 볼 때
“대구 집값이 올랐다.”
“부산 신고가가 나왔다.”
라고 접근하기보다
“그 지역에서 실제 수요가 어디에 집중되고 있는가?”
를 봐야 합니다.
6. 결국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다음 수요자’
지방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나 꼽는다면 저는 이것이라고 봅니다.
“내가 이 집을 산 다음, 누가 이 가격에 다시 사줄 것인가?”
대구 수성구의 대장주처럼
학군,
생활 인프라,
직주근접,
지역 내 희소성
등이 갖춰진 상품이라면 높은 가격에도 수요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슷한 가격의 새 아파트가 주변에 계속 공급되는데 수요가 부족하다면,
분양가를 낮춰도 계약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은
가격이 싸다고 수요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비싸다고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 투자 인사이트
이번 기사를 보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을 “오른다·내린다”로 판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지금 지방 시장의 핵심은 양극화입니다.
한쪽에서는 대구 수성구 18억,
부산 해운대 29억 같은 신고가가 나오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9000만원 할인, 1억3000만원 할인을 해도 미분양이 남습니다.
이 둘은 모순이 아닙니다.
수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집이 많다고 무조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입지와 상품에 돈을 씁니다.
그래서 앞으로 지방 부동산을 볼 때는
① 지역 내 핵심 입지인가
② 일자리와 인구가 받쳐주는가
③ 학군·교통·생활 인프라가 있는가
④ 주변에 경쟁할 신규 공급이 얼마나 있는가
⑤ 현재 가격을 다음 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가
를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미분양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싸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고, 신고가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추격해서도 안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이 가격에 누가 사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도 누가 이 가격에 사줄 것인가”
입니다.
지방 부동산도 이제는 평균가격보다 수요가 집중되는 곳을 보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다만 대장주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입지 + 지속적인 실수요 + 희소성 + 감당 가능한 가격.
이 네 가지가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가격이 버틸 힘이 생깁니다.
결국 지방 부동산의 진짜 두 얼굴은
“집값이 오른 곳과 안 오른 곳”이 아니라
“사람이 계속 사고 싶은 집과, 가격을 낮춰도 사지 않는 집”의 차이
라고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