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부산으로 옮겨간 ‘미분양 무덤’

 

대구서 부산으로 옮겨간 ‘미분양 무덤’

광주·제주가 위험한 이유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은 흔히 “공급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지역별 미분양 지형도를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표적인 미분양 지역으로 꼽혔던 대구·인천·대전의 위험도가 낮아진 반면, 부산·광주·제주가 새로운 고위험 지역으로 떠올랐습니다.

결국 미분양도 한곳에 영원히 머무는 게 아니라 공급과 수요의 사이클을 따라 이동한다는 이야기입니다.

1. 4년 만에 바뀐 미분양 위험지도

NICE신용평가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204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미분양 위험도를 분석했습니다.

평가에는 ▲미분양 증가 ▲준공 후 미분양 비중 ▲향후 1년 입주 물량 ▲아파트 가격 하락 ▲인구 순유출 등 5가지 지표가 활용됐습니다.

4~5개 항목에 해당하면 ‘위험’, 2~3개면 ‘잠재위험’으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2022년 말 고위험 지역이었던 대구·인천·대전은 중위험군으로 내려왔고, 당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았던 부산·광주·제주가 새롭게 위험지역으로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어느 지역의 미분양이 많다”가 아닙니다.

왜 미분양이 생겼는지를 봐야 합니다.

2. 부산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하다

부산이 이번 분석에서 가장 높은 위험도를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부산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면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 동구의 미분양은 지난해 7월 210가구에서 올해 7월 545가구로 159.5% 증가했습니다.

특히 이 물량은 모두 준공 후 미분양이었습니다.

사상구 역시 같은 기간 미분양이 443가구에서 1,243가구로 180.6% 증가했고, 아파트 가격도 하락했습니다. 인구 역시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연제구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7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이 0가구였고, 최근 3년간 인구도 1만 명 넘게 순유입됐습니다.

동래구 역시 미분양 자체는 증가했지만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은 9.9%에 그쳤고 아파트 가격은 상승했습니다.

같은 부산인데도 결과가 이렇게 다릅니다.

결국 “부산 부동산이 좋다·나쁘다”가 아니라 어느 생활권에 어떤 수요가 존재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3. 광주는 ‘공급’보다 ‘수요 기반’을 봐야 한다

광주는 도시 전반의 위험도가 높다는 점이 더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NICE 분석에서는 광주의 상당 지역이 잠재위험 지역으로 분류됐고, 전체 미분양도 2022년 말 291가구에서 올해 6월 1,245가구로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비중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광주 서구와 북구는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이 각각 98.6%, 96.4%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히 “분양을 줄이면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젊은층이 빠져나가면서 전체 주택 수요층 자체가 줄어들고, 남아 있는 수요마저 신축 아파트에 집중되면 기존 주택을 팔고 신축으로 갈아타는 거래의 연결고리가 끊어집니다.

그러면 구축도 안 팔리고 신축도 미분양으로 남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공급량만이 아니라 공급을 받아줄 실수요층의 크기입니다.

4. 제주는 ‘외지인 수요’에 의존한 공급을 조심해야 한다

제주는 미분양의 질을 봐야 합니다.

7월 기준 제주시 미분양 2,299가구 가운데 1,367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이었고, 서귀포시는 1,004가구 중 무려 997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이었습니다.

아파트 가격도 1년 전보다 하락했습니다.

특히 제주에서는 실거주 수요보다 외지인이나 투자수요를 겨냥한 상품이 공급된 경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상품은 투자심리가 꺾이면 수요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이 집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없어도 누군가 실제로 살 집인가?”

부동산 투자가 투자수요에만 의존하기 시작하면 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 공실과 미분양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5. 대구의 미분양 감소도 ‘완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대구는 대표적인 변화 사례입니다.

2023년 초 약 1만4,000가구에 달했던 미분양이 올해 6월에는 4,383가구까지 감소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한 개선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미분양이 줄어든 이유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서라기보다 신규 공급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 분양이 줄면 당연히 새롭게 쌓이는 미분양도 줄어듭니다.

문제는 기존에 남아 있던 물량입니다.

일부 미분양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남은 물량이 준공 후 미분양으로 넘어간다면 시장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역 부동산을 볼 때 “미분양이 몇 가구인가”보다 “미분양이 왜 줄었는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봅니다.

6. 결국 미분양을 가르는 것은 ‘일자리와 실수요’

이번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어쩌면 이것입니다.

다음 미분양 위험지역을 가르는 것은 단순 공급량보다 지역 일자리와 실수요라는 것.

공급이 많아도 일자리가 늘고 인구가 유입되며 실제 주택 구매력이 커진다면 시장이 공급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급이 많지 않더라도

  • 인구가 빠져나가고

  • 일자리가 부족하고

  • 소득 수준이 정체되고

  • 신축 선호만 강해지고

  • 구축 거래가 끊긴다면

미분양 위험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 부동산을 볼 때는 입주 물량 → 인구 → 일자리 → 소득 → 신축 공급 → 미분양 → 가격을 한꺼번에 연결해서 봐야 합니다.

📌 투자 인사이트

이번 기사를 보면서 저는 “미분양의 무덤이 이동한다”는 표현보다 “수요가 이동한다”는 쪽에 더 주목합니다.

대구에서 미분양이 줄었다고 해서 지방 주택시장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도 아니고, 부산에서 미분양이 늘었다고 해서 부산 전체가 같은 상황에 놓인 것도 아닙니다.

결국 부동산은 지역 단위보다 생활권 단위로 봐야 합니다.

특히 지방에서 아파트를 매수한다면 저는 최소한 다음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① 이 지역의 인구가 늘고 있는가
② 실제 일자리가 늘고 있는가
③ 새 아파트를 받아줄 실수요가 있는가
④ 입주 후에도 전세·월세 수요가 존재하는가
⑤ 주변에 추가 공급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⑥ 미분양이 줄었다면 수요가 늘어서인지, 공급이 줄어서인지

여기까지 확인해야 비로소 “미분양이 줄었다 = 회복됐다”라는 착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집은 공급만으로 가격이 만들어지는 상품이 아닙니다.

사람이 들어와서 일하고, 벌고, 살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방 부동산에서는 앞으로도
“얼마나 많이 지었느냐”보다 “누가 그 집에 들어와 살 것이냐”를 먼저 보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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