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계약갱신 분쟁 급증
전세난에 계약갱신 분쟁 급증
세입자가 이사를 못 가는 진짜 이유
요즘 서울 전세시장을 보면 조금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계약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쉽게 말하면,
“2년 더 살게 해달라”고 법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집주인과 조건을 협의해서 그냥 더 사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가기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줄어들고 있고,
전셋값은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갱신청구권을 쓸까?”
보다
“여기라도 계속 살자.”
가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종료를 요구하고,
세입자는 다른 집을 구하기 어려워 버티고,
결국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까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난이 단순히 가격 문제를 넘어 ‘이동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1. 계약갱신·종료 분쟁이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임대차 분쟁 가운데 ‘계약 갱신·종료’ 관련 조정 신청은 131건이었습니다.
지난해 전체 122건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2021년에는 46건이었습니다.
5년 사이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서울은 관련 조정 신청이 3.7배,
경기도는 1.9배 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아직 전체 임대차 계약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건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쟁의 방향성입니다.
전세시장이 팽팽해질수록 계약 종료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 그런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여기서 이번 기사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나옵니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요구권은 세입자가 한 차례 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임대료 인상은 원칙적으로 5% 이내로 제한됩니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비중은 지난해 11월 약 50% 수준에서 올해 들어 40% 초반대로 내려왔습니다.
반대로 일반 갱신 비중은 올라갔습니다.
지난달에는 **60%**까지 높아졌고,
9월 15일 기준으로도 **60.7%**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보면 이상합니다.
전세난이라면 계약갱신청구권을 더 많이 사용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3. 이유는 ‘갱신청구권을 쓰기 싫어서’가 아니다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세가 여유롭구나.”
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전세 매물이 너무 부족하니까,
세입자가 집주인과 직접 조건을 협의해서라도 현재 집에 계속 거주하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겠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보증금이 6억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계약이 끝났습니다.
계속 살면 집주인과 보증금을 조금 올리는 조건으로 재계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나가면 새로운 집의 전세보증금이 7억원, 8억원으로 올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원하는 지역에 매물 자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5% 제한을 받는 갱신청구권을 쓰느냐”
보다
“집주인과 조금 더 협의해서라도 지금 집에 남느냐”
가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됩니다.
즉,
갱신청구권 사용률 하락 = 전세난 완화
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세난이 심해져 일반 갱신까지 늘어나는 상황
일 수 있습니다.
4. ‘계약갱신청구권’보다 중요한 건 ‘이동할 수 있느냐’다
이번 기사에서 나온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의 분석도 이 부분을 짚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세 매물이 충분하다면,
“갱신청구권을 사용할까?”
“다른 집으로 이사할까?”
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갈 집이 부족합니다.
선택지가 없으면 권리를 사용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저는 이 부분이 현재 전세시장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은 선택지가 있을 때 더 잘 작동합니다.
전세가 6억원이든 7억원이든,
비슷한 조건의 집이 여러 개 있다면 세입자는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물이 한두 개밖에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격이 비싸도 들어가야 합니다.
아니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버텨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전세시장의 핵심 문제는 단순한 전셋값 상승이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주택의 부족’
입니다.
5.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새 12.2% 감소했다
실제 숫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9월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약 2만357건입니다.
1년 전 2만3164건과 비교하면 12.2% 감소했습니다.
앞서 우리가 살펴봤던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전월세 계약 갱신 비중은 8월 **51.3%**까지 올라갔습니다.
세입자가 집을 떠나지 않고 기존 집에 계속 머무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반복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갱신 증가 → 신규 전세 매물 감소 → 전세 구하기 어려움 → 기존 세입자도 이동하지 않음 → 다시 갱신 증가
이런 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전세시장의 회전율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6. 집주인 실거주와 세입자 버티기가 충돌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집주인의 실거주 수요입니다.
세제나 실거주 요건 등을 고려해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살던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문제는 나간 뒤 갈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세 매물이 충분하다면
“알겠습니다. 다른 집 알아볼게요.”
라고 하면 됩니다.
하지만 매물이 부족하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집주인은 들어오고 싶고, 세입자는 나갈 집이 없습니다.
이 충돌이 계약갱신·종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7. 더 복잡한 것은 ‘실거주 통보 후 재임대’ 문제다
기사에서는 또 다른 갈등 사례도 언급합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낸 뒤,
실제로는 본인이 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입자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실제 위법 여부나 손해배상 책임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률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투자자나 집주인 입장에서도
“실거주한다고 하면 끝이다.”
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 종료와 실거주 문제는 법적인 요건과 실제 이행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8. 세입자들은 왜 갱신청구권을 아껴둘까?
이번 기사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사용하지 않고 일반 갱신을 선택하면 향후 다른 상황에서 활용할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처럼 전세 매물이 부족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집주인과 협의해서 2년 더 살고,
나중에 정말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에 갱신청구권을 활용하는 식입니다.
물론 모든 세입자가 이런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장이 빠듯할수록 법적 권리와 실제 협상 사이에서 세입자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9. 전세난이 심해질수록 월세시장까지 연결된다
이 문제는 전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전세 매물이 부족하면 일부 수요는 월세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월세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 부족 → 월세 전환 → 월세 상승
이라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월세 80만원이 160만원으로 오르거나,
166만원이 325만원으로 뛰는 갱신 사례도 있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도 비싸고,
월세도 비싸고,
이사를 가자니 새로운 보증금과 이사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비싸도 지금 집에 그냥 살자.”
라는 선택이 나올 수 있습니다.
10. 결국 전세시장의 핵심은 ‘가격’보다 ‘공급’이다
여기서 최근 부동산 기사들을 하나로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로 이주하는 가구도 있습니다.
실거주 요건 강화로 임대 물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매도를 선택하면 전세 물량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세입자는 전세 매물이 부족하니 이동하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이 겹치면서 임대차 시장의 회전 자체가 느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세시장에서는 단순히
“전세가격이 얼마인가?”
만 보면 부족합니다.
전세 매물이 몇 개나 나와 있는가?
신규 입주 물량은 얼마나 되는가?
재건축 이주 수요는 얼마나 발생하는가?
집주인 실거주 수요는 얼마나 되는가?
를 함께 봐야 합니다.
📌 투자 인사이트
이번 기사를 보면서 저는 최근 계속 다뤘던 전세시장 흐름이 하나로 연결된다고 봅니다.
전세 매물 감소
↓
세입자 이동 감소
↓
계약갱신 증가
↓
신규 전세 매물 추가 감소
↓
전셋값 상승
↓
월세 전환 및 월세 상승
↓
세입자 주거비 부담 증가
↓
다시 이동 어려움
이런 구조입니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수요까지 겹치면 갈등이 커집니다.
그래서 지금 전세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만 보고 시장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세입자가 갱신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이사를 갈 수 없어서 갱신한 것인가?”
입니다.
이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요한 신호가 있습니다.
전세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임대주택 투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전셋값이 높은 이유가 지속적인 수요와 구조적인 공급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매물 감소 때문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또한 향후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전세가격이 다시 안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임대주택을 볼 때는
현재 전세가격
만 볼 것이 아니라
현재 매입가격 + 대출이자 + 보유비용 + 공실 위험 + 향후 전세가격
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세입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집을 계속 사는 것이 단순히 편해서가 아니라,
다른 집으로 이동하는 비용과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남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현재 전세시장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비싸도 나갈 집이 없는 시장.
그리고 이런 시장에서는 임대차 계약 하나가 단순한 2년짜리 계약이 아닙니다.
세입자에게는 주거 안정성이고,
집주인에게는 현금흐름이며,
투자자에게는 수요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됩니다.
결국 부동산 시장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전세가격이 얼마나 올랐는가?”
가 아니라,
“그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이 왜 이 집을 떠나지 않는가?”
입니다.
그리고 답은 결국 공급으로 돌아옵니다.
발표 물량보다 착공 물량,
착공 물량보다 입주 물량.
전세시장에서는 이 원칙이 더 직접적으로 작동합니다.
집을 살 수 없는 사람은 전세로 이동하고,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사람은 월세로 이동하고,
월세마저 부담스러우면 지금 사는 집에서 버팁니다.
그래서 결국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월세시장은 따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닙니다.
한쪽의 공급 부족이 다른 쪽의 가격과 수요를 움직입니다.
지금 서울 임대차 시장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입자가 이 집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이 집에 남은 것인가?”
이 차이를 이해해야 앞으로의 전세시장도 제대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