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를 공공임대로?
비어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공공임대로?
지산 공실의 현실과 주거 전환 가능성
한때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꽤 뜨거웠던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지식산업센터입니다.
“소액으로 분양받아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수도권 곳곳에 지식산업센터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바뀌었습니다.
기업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공실이 늘었고, 이제는 비어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새로운 문제가 됐습니다.
정부는 그 해법 중 하나로 공공임대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빈 지식산업센터를 주택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1. 지식산업센터, 원래 어떤 건물일까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업·벤처기업 등의 생산시설과 지원시설이 결합된 3층 이상 집합건축물입니다.
과거에는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불렸습니다.
일반 사무실과 비슷한 공간도 있지만 제조업체가 들어오는 곳도 있기 때문에 자재 상하차나 대형 차량 이동을 고려한 구조가 적용되기도 합니다.
또 입주 가능한 업종에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 일반 오피스와 다릅니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제공한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한곳에 모아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건물이 너무 많이 지어졌다는 것입니다.
2. 최근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은 40%를 넘었습니다
산업부가 2023~2025년 준공된 전국 지식산업센터 153곳을 조사한 결과,
평균 미분양률 26.9%, 공실률 43.5%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하면 최근 공급된 지식산업센터 가운데 10곳 중 4곳 이상이 비어 있는 셈입니다.
지역별 공실률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전남 75.9%
충남 61.2%
광주 53.3%
경기 44.2%
서울 40.7%
서울과 경기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지식산업센터는 업무시설인데 정작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3. 왜 이렇게 공실이 많아졌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과잉 공급입니다.
2020년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 설립 승인이 연간 100건을 넘었지만, 부동산 경기와 기업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최근에는 크게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설립 승인 건수는 19곳으로, 2022년 136곳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습니다.
이미 지어진 물량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신규 기업 수요가 따라오지 못한 겁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산업 구조가 너무 빨리 변했다는 것입니다.
AI, 플랫폼, 디지털 서비스처럼 과거의 업종 분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늘었는데, 기존 지식산업센터 제도는 입주 가능 업종을 비교적 세세하게 제한했습니다.
즉,
건물은 있는데 들어올 기업은 부족하고, 들어오고 싶은 기업도 업종 제한 때문에 들어가기 어려운
묘한 상황이 생긴 것입니다.
4. 그래서 정부가 꺼낸 카드가 ‘주거 전환’입니다
정부는 비어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활용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LH가 수도권의 공실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해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또 오피스텔 같은 준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일부 주차장 신설 의무도 면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꽤 그럴듯합니다.
한쪽에는
비어 있는 업무시설
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는 청년·신혼부부
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빈 건물을 주거로 바꿔 연결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복잡합니다.
5. 가장 큰 문제는 ‘개조 비용’입니다
지식산업센터를 그냥 아파트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호실마다 화장실과 난방 배관 등을 새로 설치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또 주거시설로 전환한다고 해서 입지가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주변에 학교가 있는지, 생활편의시설은 충분한지, 대중교통은 편리한지, 직장까지 출퇴근하기 좋은지 등을 다시 따져야 합니다.
그래서
“공실이 많으니 주택으로 바꾸면 된다”
는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주거상품은 건물의 물리적 공간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6. 실제 신청 물량도 아직 많지 않습니다
LH가 공실 상가와 지식산업센터를 대상으로 매입약정 신청을 받은 결과, 기사 기준으로 9월 9일까지 서울 2건, 경기 1건 등 총 660채가 신청됐습니다.
정책이 시작됐다고 해서 곧바로 대규모 주거 전환이 이루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관건은 사업성이 맞느냐입니다.
LH 입장에서는 매입가격이 적정해야 하고, 사업자는 전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며, 완공 후에는 실제 거주 수요도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사업은 쉽게 진행되기 어렵습니다.
7. 그렇다면 지식산업센터 자체를 살리는 방법은?
정부는 주거 전환만 추진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산업센터의 업종 규제 자체를 완화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습니다.
특정 업종만 허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게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지원시설 역시 공유오피스·식당·카페·병원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기숙사와 오피스텔 역시 입주기업 근로자 중심의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결국 방향은 두 가지입니다.
① 비어 있는 공간은 주거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② 업무시설은 더 다양한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
입니다.
8. 투자자 입장에서 지식산업센터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여기서 부동산 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공실이 많으니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지금 사면 싸지 않을까?”
저는 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보다 먼저 수요를 확인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와 다릅니다.
아파트는 결국 사람이 살면 되지만 지식산업센터는 기업이 들어와 사업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투자한다면
① 주변 기업 수요
② 실제 입주율
③ 임대료 수준
④ 관리비
⑤ 향후 공급량
⑥ 교통망과 산업단지 접근성
⑦ 업종 규제 완화 효과
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분양가보다 싸다”와 “투자하기 좋은 가격이다”는 다릅니다.
공실이 지속되면 매입가격이 낮아도 임대수익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투자 인사이트
이번 지식산업센터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꽤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건물을 많이 짓는 것과 수요가 생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한때는 지식산업센터가 부족할 것처럼 보였고, 분양시장이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기업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가면서 상황이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정부는 빈 공간을 공공임대나 오피스텔 등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공실을 주택으로 바꾸면 성공”이라고 단순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주거 전환에도 비용이 들고, 그 지역에 실제 거주할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수요입니다.
지식산업센터든 아파트든 오피스텔이든 결국 질문은 같습니다.
“이 공간을 누가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투자자라면 한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합니다.
“내가 산 뒤에도 그 수요가 계속 존재할 것인가?”
최근 우리가 살펴본 미분양 아파트, 오피스텔 전세, 지방 주택시장에서도 계속 확인되는 원리입니다.
수요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가격과 조건에서는 수요가 없었던 것.
그래서 부동산 투자는 싸게 사는 게임이라기보다 수요가 지속되는 가격에 사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실률보다 중요한 것은 공실이 왜 생겼는지,
주거 전환보다 중요한 것은 전환 후 누가 살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가격이 그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이 세 가지를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