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빌라 몸테크
다시 뜨는 빌라 몸테크
“싸다고 사면 안 됩니다” 대지지분이 진짜입니다
서울 빌라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빌라는 찬밥 신세였습니다. 특히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비아파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빌라는 사는 게 아니다”라는 분위기까지 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진입가격이 낮은 빌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고, 여기에 정부의 비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과 서울시의 재개발·신속통합기획 등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 다시 등장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몸테크’입니다.
노후 빌라에서 불편을 감수하며 거주하면서 향후 재개발을 통해 새 아파트 입주권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번 빌라 시장의 움직임을 보고 “빌라 아무거나 사면 오른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합니다.
이번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빌라 자체가 아니라 그 땅이 앞으로 어떻게 개발될 수 있느냐입니다.
서울 빌라 거래량,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실제로 시장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거래량은 1만1536건, 거래금액은 4조934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 분기보다 거래량은 11.7%, 거래금액은 12.1%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24.4%, 거래금액은 31.1% 늘었습니다.
특히 거래량은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강남 같은 고가 지역보다 노원·강북·도봉·금천·구로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버리면서 자금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이 대체재를 찾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아파트 살 돈이 없으니 빌라를 산다”였다면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아파트는 너무 비싸지만,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빌라라면 미래의 아파트를 선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정부도 비아파트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정책 환경도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정부는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 13만 가구의 착공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건축면적 제한을 완화하고 다가구주택 층수 제한도 기존 3개 층에서 4개 층으로 완화합니다.
건설자금 대출 한도 역시 확대됩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내년부터 청년미래보금자리론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 청년이 일정 소득·가격·면적 요건을 충족하는 비아파트를 구입하면 LTV 최대 80%를 적용받는 방식입니다.
결국 정부가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에서 비아파트 시장에 다시 돈이 돌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합니다.
비아파트 활성화 정책 = 모든 빌라 가격 상승
이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빌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지지분’
빌라는 아파트와 투자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아파트는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거래가 반복되기 때문에 가격 비교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빌라는 다릅니다.
같은 3억원짜리 빌라라고 해도
대지지분
준공연도
도로 접면
층수
주차 여건
건물 상태
역과의 거리
정비사업 진행 단계
에 따라 미래 가치가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재개발을 생각한다면 대지지분을 반드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3억원에 빌라를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A빌라는 대지지분이 10㎡이고, B빌라는 30㎡라고 가정해보죠.
현재 매입가격만 보면 똑같은 3억원입니다.
하지만 재개발이 진행될 경우 두 물건이 똑같은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빌라 투자에서 “집을 샀다”는 생각보다 “토지를 샀다”는 관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재개발 예정’이라는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요즘 중개업소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표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기 곧 재개발됩니다.”
“신통기획 들어갑니다.”
“모아타운 지정될 겁니다.”
“아파트 되면 몇 억은 오릅니다.”
하지만 후보지와 정비구역은 전혀 다릅니다.
재개발은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장기 사업입니다.
따라서 빌라를 살 때는 ‘재개발 가능성’이라는 말보다 현재 사업이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 항목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빌라 매수 전 체크리스트
① 정비사업 진행 단계
후보지인지, 정비구역 지정이 됐는지, 추진위원회·조합 단계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② 권리산정기준일
이 날짜 이후 취득한 물건이 조합원 분양 대상이 되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③ 조합원 분양 자격
빌라를 샀다고 무조건 새 아파트 입주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④ 대지지분
건물 면적만 볼 게 아니라 토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⑤ 토지거래허가구역 여부
서울이라고 해서 모든 빌라가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정비사업 지역이 별도로 토허구역으로 지정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⑥ 사업성
용적률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추가 분담금은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결국 “재개발된다”보다 중요한 것은
“재개발이 된다면 내가 얼마나 부담하고 무엇을 받을 수 있느냐”
입니다.
어디를 봐야 할까?
현재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만한 곳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강남권 저층 주거지입니다.
양재동·논현동·삼전동·석촌동처럼 입지 자체가 좋은 곳입니다.
이 지역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설령 정비사업이 예상보다 늦어지더라도 강남 생활권이라는 기본적인 입지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다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비쌉니다.
토지가격이 이미 높기 때문에 단순히 “재개발되면 대박”이라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매입가격이 높은 만큼 사업성이 충분한지를 계산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서울 외곽의 정비사업 추진 지역입니다.
노원·도봉·강북·금천·구로·은평·중랑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쪽은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금 부담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금천구 시흥동·독산동, 구로구 일대처럼 정비사업이 실제 추진되는 지역은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구로동 466 일대처럼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대규모 주거단지로의 개발이 추진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핵심은 똑같습니다.
“싸다”가 아니라 “사업성이 있느냐”입니다.
빌라 전세가율도 예전과 다릅니다
빌라 투자에서 전세가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해 2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전세가율은 약 **60.8%**였습니다.
예전처럼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적은 돈으로 빌라를 매입하는 방식이 예전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월세 거래 비중이 61.4%까지 올라왔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와 공실 위험, 향후 임대수익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결국 ‘빌라 투자’가 아니라 ‘정비사업 투자’입니다
이번 빌라 시장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빌라가 다시 오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서 저층 주거지의 토지 가치와 재개발 가능성에 다시 관심이 붙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빌라 시장도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역세권에 있으면서 대지지분이 충분하고, 노후도가 확보돼 있고, 정비사업이 실제 단계에 들어간 지역은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오래된 빌라라는 이유만으로 재개발을 기대하는 물건은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신축 빌라 공급과 노후도 문제 때문에 오히려 정비사업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는 사례도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는 이렇게 질문해야 합니다.
“이 빌라가 얼마가 될까?”
보다는
“이 땅이 앞으로 어떤 주택으로 바뀔 수 있을까?”
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부담해야 할 돈은 얼마일까?”
재개발 투자는 기대감만으로 수익이 결정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매입가격, 대지지분, 사업 단계, 추가분담금, 입주권 여부까지 계산한 뒤에야 비로소 투자 판단이 가능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부담스러워졌다고 해서 빌라로 눈을 돌리는 것 자체는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하지만 ‘싼 빌라’를 찾는 것과 ‘좋은 빌라’를 찾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빌라 시장에서 돈이 몰릴 곳은 아마도 단순히 가격이 싼 곳이 아니라,
역세권 + 충분한 대지지분 + 사업성 + 빠른 정비사업 진행
이라는 네 가지 조건을 갖춘 곳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빌라 몸테크를 고민한다면, 이제는 낡은 집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집 아래 깔린 땅과 그 땅의 미래를 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