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팔고, 세입자는 집을 잃었다
집주인은 팔고, 세입자는 집을 잃었다
서울 부동산 ‘세금발 수급 꼬임’ 주의보
서울 집주인들은 집을 내놓고, 세입자들은 오히려 전셋집을 찾기 어려워지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나타난 서울 주택시장의 모습입니다.
한쪽에서는 세 부담을 피하려는 집주인의 매도 물량이 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실거주를 선택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월세 물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벌써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축소안을 다시 손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세금 오른다길래 급하게 팔았는데, 다시 바뀐다고?”
이번 시장은 단순히 ‘집값이 오르냐 내리냐’로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은 세금 → 집주인의 행동 → 매물 변화 → 전세시장 → 다시 집값으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을 봐야 합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도 안 돼 11% 늘었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8월 3일과 8월 26일을 비교하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6704건, 11% 증가했습니다.
특히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증가폭이 컸습니다.
마포구 +15%
송파구 +14.8%
강남구 +14.4%
서초구 +14.4%
강남3구에 쌓인 매물만 2만5412건에 달했습니다.
반면 중랑구와 도봉구는 매물이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이 차이가 꽤 중요합니다.
이번 세제 변화에 대한 반응이 서울 전체에서 똑같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고가 주택과 한강벨트 등 세 부담에 민감한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정책이 바뀌었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시장은 역시 고가·다주택·비거주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전세는 반대로 줄었다
여기서 이번 시장의 핵심이 나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늘었는데 전·월세 매물은 오히려 1.6% 감소했습니다.
특히
동대문구 -14.6%
광진구 -9.5%
송파·중구·서대문구도 약 6% 감소
등 임대 물량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집주인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두 가지입니다.
① 세금 부담이 커질 것 같으니 집을 판다.
또는
②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들어가 산다.
두 선택 모두 세입자에게는 임대 물량 감소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두 번째가 중요합니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보유’보다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려는 유인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서울 전세시장이 더 불안하다
앞서 살펴본 서울 빌라 전세 중위가격 2억150만 원 기사와 연결하면 흐름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아파트 전세 물량이 줄어듭니다.
↓
임차인이 빌라로 이동합니다.
↓
그런데 빌라 착공도 10년 평균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
빌라 전세가격까지 올라갑니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 유예 만료까지 겹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올림픽파크포레온처럼 집주인의 실입주 시점이 다가오는 대단지에서는 기존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회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전세 수요 자체가 아닙니다.
공급이 계속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를 다시 검토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비거주 1주택자입니다.
정부안은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실거주자 14억 원
비거주자 9억 원
으로 차등화하는 내용입니다.
취지는 명확합니다.
집은 투자상품보다는 실제 거주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전세를 사는 사람도 있고, 직장 때문에 집을 빌려준 사람도 있습니다.
해외 체류나 질병, 전근, 부모 봉양 등 사정도 다양합니다.
이들을 모두 ‘비거주 투자자’로 묶는 게 적절하냐는 반발이 나온 겁니다.
결국 정부·여당이 다시 손질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보면
9억 원 → 12억 원으로 복귀
또는
14억 원까지 상향
혹은
실거주 14억 원 / 비거주 12억 원
같은 절충안입니다.
이게 실제로 바뀐다면 집주인은 어떻게 움직일까?
여기서 부동산 시장의 재미있는 부분이 나옵니다.
만약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가 다시 12억 원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집주인의 계산도 바뀔 수 있습니다.
이미 세금 때문에 집을 내놓은 사람이라면
“굳이 지금 팔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직접 입주하려던 집주인 역시
“그냥 임대 놓고 보유해도 괜찮겠는데?”
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매매 매물은 다시 줄고, 전·월세 물량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세제 하나가 바뀌면서 주택시장의 공급곡선 자체가 움직이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집값이 떨어진다’고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
매매 매물이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이 20억 원짜리 집을 세금 때문에 내놓았다고 해도 19억 원, 18억 원에 팔 생각이 없다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봐야 할 것은 단순한 매물 숫자가 아닙니다.
진짜 봐야 할 지표는 세 가지입니다.
① 매물 증가 → 실제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는가
② 매도 호가가 내려오는가
③ 전세 매물은 계속 감소하는가
이 세 가지를 같이 봐야 시장 방향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매매보다 전세’를 먼저 봐야 한다
최근 서울 시장을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구조가 나타납니다.
매매
세금 부담 → 매도 물량 증가
전세
실거주 유인 → 임대 물량 감소
결국 같은 정책이 매매시장에는 공급을 늘리고, 임대시장에는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게 이번 기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주택시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세가격이 올라갑니다.
전세가격이 올라가면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듭니다.
일부 실수요자는
“전세로 2년 사느니 조금 더 보태서 사자.”
라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전세가격 상승이 다시 매매 수요를 자극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세금’보다 ‘수급’을 봐야 한다
이번 기사를 투자 관점에서 보면 저는 세제 변화 자체보다 집주인의 행동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세금을 올리든 내리든 결국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입니다.
세금 증가
→ 매도
→ 매매 공급 증가
또는
세금 증가
→ 실거주 전환
→ 전세 공급 감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 부동산을 볼 때는 지역별로 ‘매매 매물’과 ‘임대 매물’을 따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마포처럼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은 세제 변화에 따른 매도 물량을,
광진·동대문·강동 등 임차 수요가 강한 지역은 전세 물량 변화를 좀 더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서울 집값의 핵심은 ‘세금’이 아니라 공급이다
정부가 종부세 공제액을 9억에서 12억으로 돌리느냐, 14억으로 올리느냐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서울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빌라 착공은 급감했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도 줄고 있으며, 실거주 의무 만료에 따른 임대 물량 회수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만 조정하면 시장의 위치만 바뀔 뿐입니다.
매매 매물은 잠깐 늘었다가 다시 줄어들 수 있고,
전세 매물은 계속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라고 봅니다.
“집주인이 집을 팔 것인가?”보다 “서울에 임대할 집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매매시장의 단기 변동은 정책에 따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주물량과 착공물량은 하루아침에 늘릴 수 없습니다.
결국 앞으로 서울 부동산의 승부처는 세금 한 줄이 아니라 실제 공급량과 임대차 수급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지금처럼 아파트 전세 부족 → 빌라 전세 상승 → 비아파트 공급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매매가격만 보고 시장을 판단하면 중요한 신호 하나를 놓칠 수 있습니다.
서울 부동산, 지금은 ‘얼마에 거래됐나’만큼이나 ‘집주인이 왜 집을 내놓고, 왜 세입자를 내보내는가’를 봐야 할 시점입니다.